수습이던 시절

Photo by Eduardo Balderas on Unsplash

2020년 3월 A회사에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를 위해 입사했다. 처음 3개월은 수습기간이었고, 이 기간동안 근무한 뒤에 정식으로 채용되는 형태였다. 수습기간동안 급여나 근무형태의 불이익은 없었지만, 수습동안 안좋은 평가를 받고 퇴사하게된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다시 병역특례로 입사할 회사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굉장히 간절했다.

입사 포트폴리오에는 뭐든지 가능한 것 처럼 썼지만, 입사하고 나니 3개월 안에 1인분을 할 수 있게 되는게 목표가 되었다. 좋은 회사, 좋은 팀에 들어갔다. 빠르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코드 리뷰를 처음 해봤는데, 나의 첫 PR에 코멘트가 50개가 달린게 아직도 기억난다. 다른 사람들은 많아야 20–30개였는데 하며 시무룩했던 것도 기억난다.

PR 올리는게 정말 무서웠다. 또 다른 사람의 PR에 코멘트도 달아줘야 했다. 팀원들은 코드에서 성능 이슈, 더 나은 설계, 더 보기 좋은 코드들을 제안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나중에는 내 PR에 달린 코멘트도 줄어들고, 다른 팀원의 PR에 유익한 코멘트를 달아줄 수도 있었지만, 안드로이드 8년차인 팀장님은 간간히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이슈를 찾아내고 해결해보라며 문제로 주었다.

업무는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주어졌고, 초반에는 일이 많지 않고 한산했는데, 이것 때문에 “뽑아놓고 보니 일 시킬게 없네 미안합니다”하고 짤릴까봐 스트레스였다. 나중에 보니 일이 없는게 아니고, 팀장님이 적절하게 쳐내고 스케쥴을 조절하는 거였다. 기술적인 부분부터 팀 운영까지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다.

입사 후 1개월 정도가 지나자 나는 생에 처음으로 전신에 알러지가 생겨서 손톱으로 손톱으로 살짝 긁기만 해도 발진이 생겼다. 하루는 점심을 먹고 일하려는데 어지러워서 조퇴하고 병원에서 수액주사를 맞고 오후 내내 누워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수습으로 온 사람이 아파서 병원다니고 조퇴하는걸 안좋게 볼까봐 그것도 스트레스였다. 매달 팀장님과 진행했던 1:1 면담을 했다. 건의나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자리였다. 이 때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말했다. 수습 통과에 대한 부분, 건강에 대한 부분, 팀장님은 병원가느라 반차쓰는 것도 눈치보지 말라고 했고, 일도 잘 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해줬다.

무사히 수습을 통과하고 정규직으로 바꼈고, 알러지도 사라지고 몸 상태도 점점 좋아졌다. 그러다가 결국 산업기능요원 TO가 모자라서 군대를 갔다. 가서 후회한 게 그때 인생을 너무 모 아니면 도로 설계했다.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안됬을 때의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많은 반성을 했고, 지금은 스스로를 절벽으로 몰아넣지 않기 위해 A안 B안 C안 D안까지 만들고 다닌다. 근데 그렇게 해도 예상처럼 되지가 않더라.

8개월 정도 근무했지만 많은 걸 배웠다. 개발자로써도 많은 걸 배웠지만, 기억에 남는 좋은 리더의 모습을 옆에서 볼 수 있었다. 굉장한 충격요법(;;)으로 인생의 교훈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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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고의 선수다. 나를 최고라고 믿지 않는 사람은 최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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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규

김희규

나는 최고의 선수다. 나를 최고라고 믿지 않는 사람은 최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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