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

김희규
4 min readDec 4, 2020

퇴사했다

Photo by Mohamed Nohassi on Unsplash

나는 올해 전까지 학교를 다니며 2년간 안드로이드개발자로 일했다. 안드로이드 개발이 아닌 다른 일을, 특히 AI와 관련된 업무가 하고싶었다. 하지만 병역특례를 위해 빠르게 취업해야했고 결국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취업했다. 9개월간 일했고 아쉽게도 11월 발표된 병역특례 TO가 부족해서 퇴사하고 다음주에 입대하게되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회사에 만족스러웠고 부모님도 좋아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로 살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AI를 공부했다. 나는 굉장히 조급했다.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공부하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조바심을 느꼈다. 하루빨리 나도 ML엔지니어가 되어 실무경험을 쌓고 싶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을 오래하면 경력이 쌓여서 몸값이 올라가서 ML엔지니어가 되기에 부담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일을 하며 일년동안 온라인 코스를 5개나 듣고, 캐글과 데이콘 컴피티션에도 도전해봤다. 친구가 대체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배워야할 게 너무 많다. 그래서 불안하다.

코로나로 별다른 활동을 못하는 동안, 주로 유튜브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새로 알게됬다. 나는 조승연의 탐구생활 유튜브 채널을 보며 조승연씨에게 큰 호감을 느꼈다. 인문학 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알게 되었고, 인문학 서적들을 찾아보았다. 슈카월드를 보며 경제와 산업 흐름들을 알게 되었고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되었다. 여러 역사 채널들을 보며 서양사에 대해서도 알게됬다. 관심이 생겼고 계속해서 더 궁금한 것들이 생겼다. 하지만 나는 더 알아보지 않았다.

올해의 나는 항상 불안했다, 빨리 병역특례 회사에 입사해야했고, ML엔지니어로 커리어 전환을 가급적 빠르게 하고싶었고, 병역특례가 될까 안될까를 불안해했다. 이렇게 유튜브를 통해 알게된 역사, 철학, 문학, 경제, 경영 등에도 관심이 생겼지만, 공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는 병역특례를 받고 하루빨리 ML엔지니어가 되어야 하니까.

그렇게 11월이 되고 병역특례 결과가 나오기 일주일 전에, 나는 집중이 안되고 마음이 갑갑해서 혼자 영화를 한 편 봤다. 쇼생크 탈출을 봤다.

너무나 답답했던 나는 영화를 보기 전 위의 유명한 장면을 보며 병역특례가 되서 병역문제를 해결해서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달랐다. 나는 쇼생크 교도소를 보며 군대에 있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았다. 병역특례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기다리고 있는 내 자신이,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는 커리어에 불안해하는 나의 모습이 마치 쇼생크에 갇혀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가 되면, 34개월간 회사에서 일하는 대체복무기간이 곧 자유라고 생각했다. 군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것 또한 기회비용이라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병역특례에 실패하고 나서, 어떻게 군대를 가고 제대하고 뭐할지를 생각하니, 병역특례와 ML엔지니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가려졌던 내가 해보고 싶었던 다른 목표와 꿈들이 생각났다. 34개월의 회사생활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나의 또다른 선택의 자유와 가능성을 빼앗아가는지를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군대를 가서도 개인정비시간에 ML이 아닌 내가 알고 싶었던 다른 것들을 공부해보려고 한다. 회사다니면서도 저렇게 공부했는데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어도 배워보고, 철학공부도 해보고 싶다. 제대하고 코로나가 없는 세상에서 창업이나 워킹홀리데이를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ML엔지니어 커리어 개발과는 상관이 없더라도, 이 때가 아니면 못해볼 것 같은 일들을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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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규

나는 최고의 선수다. 나를 최고라고 믿지 않는 사람은 최고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