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이 되고

김희규
6 min readSep 1, 2021

상병을 달았다. 군생활도 벌써(?) 9개월을 했고 또 9개월이 남았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느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되새기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또 달라지고 싶을까?

체중

왼쪽은 입대전 2020년 10월 90kg 시절, 우측은 휴가나와서 찍은 2021년 5월 77kg 사진

외적으로 가장 큰 변화다. 체중이 줄고 근육이 늘었다. 2020년에 몸무게 절정을 찍은 좌측 사진 시절이 90kg, 헬스장을 다니며 12월에 입대할 때는 84kg 지금은 몸무게가 77kg가 됬다. 더 줄어들지는 않고 거의 정상체중이라 몸무게는 유지하되 지방은 빼고 근육을 늘려야겠다고 생각중이다.

아무래도 달리기 등 체력단련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하고 불량식품을 많이 안(못)먹어서 그런 것 같다. 근력수준도 특급기준 2분동안 팔굽혀펴기 72개 윗몸일으키기 86개를 성공했고, 3km 달리기 최고 12분 32초까지 나왔다. 아직 다친 곳은 없고 입대 전 걱정과는 다르게 몸 상태가 아주 좋아서 계속 건강하게 전역하고 싶다. 얼굴은 살이 홀쭉해졌지만 뱃살은 아직 거의 비슷하다. 뱃살은 어떻게 빼고싶다 ㅠ 턱걸이같은 다른 운동도 잘 해보고 싶다.

자기개발

입대 전 쓴 글대로 코딩이 아닌 다른 것들을 해보고 있다. 코세라에서 강의를 엄청 많이 듣고 지금도 듣고있다. 올해 1월부터 수강한 과목들은

  1. Financial Markets
  2. Introducing to Food and Health
  3. Learning How to Learn
  4. Introduction to Psychology
  5. Modern and Contemporary Art and Design
  6. Leading People and Teams(듣는 중)

전역 전까지 추가로 수강하고 싶은건

  1. Negotiation
  2. Google Project Management

전체적으로 내가 모르는 부분에서 배움의 폭을 넓혀간다는 마음가짐으로 과목을 선정하고있다. 지금 배우는 내용이 현재 군생활에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건강과 자기관리, 리더십 같은게 특히 그렇다. 심리학도 다른 나와 사람들에 대해 한번 되돌아보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됬다.

이정도면 내가 정말 꾸준히 하는구나 싶어서 1년치 Coursera Plus를 결제해버렸다. Guided Project 같은 것도 괜찮은 듯.

코딩

7월에는 밑바닥 딥러닝 3권을 보면서 딥러닝 프레임워크 만드는걸 따라했었는데 오랜만에 파이썬 코딩하니까 재밌었다. 그러다가 요새 대회 하나 나가면서 예선 때문에 알고리즘 공부도 엄청 하고 이제 본선까지 합격했기 때문에 딥러닝 프로젝트 하려고 컴퓨터비전 쪽으로 공부중이다. 되게 재밌다.

프로그래머스에서 한 달 동안 열심히 풀었다

대회 끝나면 내년에는 AWS 나 GCP, 서버쪽 공부를 해보고 싶다. 이것도 내가 잘 안했던 부분인데 ML 엔지니어가 되려면 결국 이쪽도 다 알아야 할 것 같다.

대회 끝나면 GAN 배워서 재밌는 프로젝트 하나 해야겠다. 위처럼 옛날 사진 컬러로복원해보는거 만들어볼까 생각중.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서 24시간 같이 산다. 훈련소에서 느낀건 나는 정말 작은 집단에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끼리 지냈다는 것이다. 때로는 그렇기에 남들과 비교하며 내가 개성이 없거나 남들은 다 이걸 하는데 나는 안하고 있는건가 하며 조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그런게 없어서 편안하다. 물론 그렇다고 자기개발을 서툴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 등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보고 듣고 해보았다. 요리랑 와인은 다음에 휴가나가면 해먹어봐야겠다.

기타

기타로 공연을 정말 오랜만에 해봤다. 작년에 에이블리에 입사할 때는 병특되고 코로나 금방 끝나면 직장인밴드 가야지 하며 기타를 일년동안 놨는데 군대와서 공연해보게 될 줄은 몰랐다. 오랜만에 하니까 정말 즐거웠고 포상휴가도 받아서 또 좋았다. 하고싶은게 있다면 미루지 말고 말고 바로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월호스님의 아래 말을 계속 생각하고있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이 미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행복을 미래의 목표로 삼는 순간 바로 지금 나는 불행하다는 반증입니다.​따라서,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입니다.

요새는 대회도 나가고 분대장 파견교육도 있어서 한달정도 놨는데 다시 시작해야겠다. 시간이 많지는 않다보니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선택해야한다. 내년에 전역하고 나면 직장인밴드 무리없이 1인분 할 정도로는 되야겠다.

선후임

대학교 선배가 알려주길 “군대는 을에서 갑을 최단시간내로 모두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야” 라고 했다. 처음 왔을 때는 만나는 사람마다 먼저 인사했는데 요새는 얼굴도 모르는 애들이 먼저 인사해줘서 묘하다. 예전에는 선임들이 힘든 건 없냐 부조리는 없냐 물어봤지만, 이제 10월부턴 분대장이라 지난주에 교육받으러 가니 너희가 중요하다 너희가 잘해야한다 부조리 저지르지 마라 잘 챙겨줘라 얘기를 들었다. 그것도 참 기분이 묘했고 후임들과 대화를 할 때 이것저것 신경이 쓰인다.

내 선임 중 한명의 목표가 “저 선임 빨리 전역했으면 좋겠다” 소리를 듣지 않는게 목표였다고 했는데 지금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9개월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데 즐겁고 훈훈한 마무리를 만들어가고싶다.

코세라에서 Leading Teams and People 강의를 듣고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지시하고 그것이 잘 되도록 동기부여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싫어하는 걸 시켜야 할 때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데 이런 것들을 해보며 스스로의 정답을 만들고 전역했으면 좋겠다.

휴가

휴가를 다녀온지 3개월이 넘었다. 지금 휴가를 되돌아보면 뭘 먹고 무엇을 했고 어딜 갔는지보다는 누구를 만나서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가 더 기억에 생생하고 그립다. 어느날 누군가를 만난다는건 굉장히 특별한 일이라는걸 알게됬다. 전역하고 나서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지금처럼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꼈으면 좋겠다. 다음 휴가는 11월에나 갈 것 같은데 아마 마지막 휴가고 그다음 전역일 것 같다(군생활동안 휴가 2번 😢).

9개월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운 좋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군대라는 환경 속에서도 많은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이 있음을 느낀다. 남은 9개월도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마찬가지로 변화와 성장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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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규

나는 최고의 선수다. 나를 최고라고 믿지 않는 사람은 최고가 될 수 없다.